메아리 저널

토끼군 일화 극장 #1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위인전에 나올 법한 그런 인물들 말고, 실제로 만나 보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몇 명 있는데, 그 중 한 분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마 시리즈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옛날에 몇 년에 걸쳐서 컴퓨터 학원을 다닌 적이 있다. 그 학원의 원장 선생님이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분인데, 보통 경시 준비하는 학원이 아닌 이상 컴퓨터 학원 원장의 컴퓨터 실력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분께서는 델파이와 php로 프로그래밍을 하시는 분이었다. 부천에서 아마 유일하게 프로그래밍을 하시는 컴퓨터 학원 원장님이셨는데 내가 여기서 실명을 밝히기는 뻘쭘하고 아는 사람은 알 것이며 잘 찾아 보면 나올 것이니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자. (...사실은 중학교 졸업 이후에 한 번도 못 찾아 뵈어서 그렇다만)

이 분께서는 종종 예전에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말씀해 주시곤 했는데, 이 이야기가 상당히 황당하거나 웃긴 것들이 많아서 들을 때마다 듣는 사람들이 배를 잡고 뒹굴며 웃은 적도 있었다. (과장 2g 들어 갔음) 그 때 들었던 일화들을 많이 잊어 먹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녹음기라도 들고 가서 녹음했어야 하는 건데 싶다.

내가 당장 기억이 나는 첫째 일화는 다음과 같다.

이 분께서 운전 면허를 따실 때의 일이다. 내가 운전 면허에 대해서 잘 몰라서 정확한 지 모르기 때문에-_- 내용의 정확도는 보장을 하기 조금 난감하다.

여기서 밝혀도 될 지는 모르겠는데, 그 분께서는 면허 따기 몇 년 전부터 무면허로--- 승용차를 끌고 다니셨다고 한다. (안 걸린 게 더 신기할 정도) 필기 시험이야 대충 공부하면 다 붙는 것이고, 그 다음 단계인 기능 시험(아마도)을 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무면허로 몇 년 동안 승용차를 잘 끌고 다녔으니 기능 시험은 분명 껌이었을 것이다. 중간에 달팽이 모양으로 도로가 꼬여 있는 코스가 있었는데 아주 안정적으로 돌고 나왔는데 불합격이었다고 한다. 원장님은 처음에 그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유가 다 있었다.

합격을 위해서는 코스를 통과하는 시간이 어느 범위 안에 있어야 하는데, 이게 상한값 말고 하한값도 있었던 것이다. 잘 돌고 나온 것까지는 좋은데 너무 빨리 나와서 시간 범위를 벗어 나는 덕에 불합격 처리된 것이었다. -_-; 결국 원장님께서는 기능 시험을 다시 치르러 가서 적당히 느릿느릿하게 코스를 통과해서 면허를 취득하셨다고 한다.

앞으로 생각 나면 적당히 이런 얘기들 올려 보겠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일화가 몇 개 있는 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_-

나 말고도 지인들 중에 이 사람을 아는 사람이 몇 명 있는데, 다들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예를 들어서 한 사람은 그를 이를테면 "수강생에 대한 예의도 없는 썅놈" 정도로 표현하기도 했다.) 나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가 상당한 기인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나름대로 어떻게 컴퓨터를 가르쳐야 할지에 대한 생각은 하고 있었던 것 같긴 하다. 한편 나는 더 이상 수도권에 살지 않기 때문에 그의 근황에 대해서도 여전히 알지 못 한다. 학원은 문을 닫은 것 같다. (2010-03-25)

이 글은 본래 http://tokigun.net/blog/entry.php?blogid=5에 썼던 것을 옮겨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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