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널

말의 진실은 그 말을 한 사람과 상관 없다

요즘 그런 게 많이 보인다.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이면 다 틀린 말이다"라는 식의 억지. 이렇게 말해 놓으면 나는 안 그렇다고 다들 그러겠지만, 사실 인터넷에서 돌아 다니는 사건 사고들부터 사회 인사들, 심지어 문 희준(-_-) 같은 사람까지, 저런 생각으로 그 사람이 하는 말을 판단하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떤 말이 있을 때, 어떤 사람이 그 말을 하느냐에 따라서 설득력이 떨어지거나 높아질 수는 있다. 이 완용이 나라 사랑하세 하면 누가 믿어 주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설득력과 진실성은 그리 큰 상관 관계가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1 더하기 1이 2라고 할 때, (일반적인 산술 연산을 생각한다면) 그 사실이 어떤 사람이 말하느냐에 따라서 변하는 건 아니지 않겠는가.

아, 물론 이건 학문적인 진실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니까 예가 좀 안 좋긴 하다. 하지만 학문적인 진실이 아니더라도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인터넷에서 연재되는 만화나 글, 기사 등등을 보면 거의 어김 없이 악플러들이 나타나서 이상한 얘기들을 마구 써 놓고 사라진 걸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악플러들을 무시하겠지만, 놀랍게도(아닌가?) 이 인간들이 적어 놓은 쓰레기 같은 글들 중에 맞는 말이 있기도 하다. 아무리 악플러라고 하더라도, 그 중 일부는 내용을 보고 나서 거기에 대한 악평을 단 것일 수도 있으니까. -- 뭐 만약 모든 사람이 악플을 단다면 심각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겠다 -_-; -- 만화가나 글쓴이는, 그런 악플 가운데서도 자기 작품을 어떻게 고쳐 나가야 할 지 도움을 주는 내용을 만날 수 있다.

무의식적인 일반화가 그렇게 논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말은 여기서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나부터 그런 오류를 범하고 있는 지 한 번 다시 되살펴 봐야 할 것 같다. 물론 자기 주장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싶다면, 자기 자신이 먼저 신뢰감을 주는 지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는 거야 당연한 거고.

이 글은 본래 http://tokigun.net/blog/entry.php?blogid=17에 썼던 것을 옮겨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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