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널

그럴려면 처음부터 하지 마

나는 올해 대학 지원과 별로 상관 없는 사람이라서 잘 몰랐는데, 올해 대학들이 모조리 인터넷 지원만 할 수 있게 했다가 사람들이 몰리면서 서버가 죽어 버렸다-_-고 한다. 그 이유라는 것도 참 웃긴데, 대학들이 겨우 세 개 밖에 안 되는 대행 업체에 몰리는 바람에 대행 업체들의 서버가 부하를 견디지 못 하고 죽어 버렸다고 한다.

이게 무슨 짓이니. -ㅆ- 무슨 짓이여.

먼저 대행 업체가 세 개 밖에 없다는 게 황당하다. 이 쪽은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 대행 업체에 무슨 특정한 기준이 필요한 건가? 애초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면 정부가 대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그렇다고 해도 서버가 제대로 운영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건 문제다.)

기술적인 문제는 좀 접어 두고, 더 큰 문제는 이 놈의 대학들 중 많은 수가 인터넷 지원만 가능하게 했다가 아주 제대로 학생들을 엿먹였다는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통로가 그렇게 reliable하지도 않은데 자기네 돈 안 쓰려고 그런 짓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뭐 인터넷 지원 안 하던 시절에도 원서 값을 터무니 없이 받아 먹고 어쩌구 저쩌구 했다고는 하지만, 그건 백보 양보해서 그렇다고 쳐도 직접 가서 지원하는 통로가 아예 사라졌다는 건 아주 글러먹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내가 인터넷 뱅킹을 안 쓰는 이유도 비슷하다. (물론 ActiveX 깔기 귀찮아서 그런 것도 있다) 인터넷은 아직 신뢰성을 확보할 수 없는 통로이다. 물론 신뢰성이 아주 크게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이번 상황처럼 민감한 목적으로 인터넷 만을 사용하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당장에 시중 은행들이 지금 현재 형태의 인터넷 뱅킹만 지원한다고 생각하면, 아예 금융권에 접근할 수 없게 되는 사람들도 꽤 생기게 될 것이다. 하물며 서버가 갑자기 맛이 가기라도 하면? (웬만한 규모의 사이트라도 이런 상황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애초에 인터넷에만 손 대는 곳들은 여기에 대해서 어느 정도 대책을 강구해 놓긴 했겠지만.) 자기네 편의를 위해서 만들었다 해도 인터넷이 아닌 alternative method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이다.

제발 좀 저런 거 하려면 대비책은 확실히 세워 놓고 해라. 민감한 작업을 trial and error로 하려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니. 못 하겠으면 처음부터 하지 말란 말이다.

이 글은 본래 http://tokigun.net/blog/entry.php?blogid=36에 썼던 것을 옮겨 온 것입니다.


(rev 553c824afb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