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널

노트북 갈아 엎기 3

한숨 자고 일어 나서 노트북을 붙잡고 작업을 다시 진행했다. 컴퓨터 없이는 하루 살기도 불편함을 느낀다는 데 새삼스럽지 않게 놀라긴 했지만, 솔직히 그걸 깨달아도 컴퓨터를 버릴 수 없다는 건 내가 더 잘 알고 있는 바다. 단지 정보 중독에 걸리지는 않게 주의해야 겠지만.

일단 세밀한 유저 인터페이스와 유틸리티부터 건들어 보고 있다. 내가 직접 쓰는 노트북이니까 조금이라도 손에 안 맞으면 불편해 죽을 것 같다.

내게 필요한 옵션 기능은 장애인한테야 유용할지 몰라도 비장애인에게는 별로 쓸 일이 없는 기능이다. 그나마 마우스키는 마우스가 맛이 갔을 때 쓸 수 있는 유용한 기능이긴 하지만 노트북 키보드의 구조상 실제로 쓰기는 불편하다. 뭐 모든 기능이 기본적으로는 꺼져 있으니 그대로 써도 되긴 하는데, 쓸데 없이 한 키를 수십 번이고 눌러 대는 사람들한테는 자동으로 켜지는 내게 필요한 옵션 기능이 여간 거슬린 게 아니다. (예를 들어서 고정키 기능은 쉬프트를 겨우 다섯 번 누르기만 해도 창이 뜨게 되어 있다. 이것 참!) 그런 고로 모두 꺼 놓았다.

직접적으로 인터페이스에 손댄 거라면 두 가지인데, 그 중 하나는 Scan Code Mapper for Windows를 참고해서 왼쪽 컨트롤과 캡스락을 뒤바꿔 놓은 것이다. (이 역시 옛날부터 되어 있던 설정이다. 단지 별도의 프로그램을 쓰지 않고 직접 레지스트리를 고쳐 놓았을 뿐인데, 사실 뒤바꾸는 예제가 페이지에 바로 실려 있다.) 새끼 손가락의 불편함을 줄이려는 건데, 한 번 익숙해지면 웬만해서는 안 쓰기가 어렵다. 내가 이 팁을 알려 준 날뷁군은 이제 이 설정 없으면 혼란에 빠질 것이다. -_-;; 다른 하나는 전원 설정을 슬슬 고쳐 놓고 최대 절전 모드(다른 운영체제에선 hibernate라고 하는)를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노트북의 특성상 맨날 쓰는 기능이다.

내 문서 폴더는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D 드라이브로 옮겨 놓았다. 사실 1년 동안 포맷도 안 하고 컴퓨터를 써 오면서 느껴온 바는, 바탕 화면이나 임시 디렉토리(%temp%)도 웬만하면 디렉토리를 옮길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X 드라이브를 만든 원래 목적대로 가상 메모리를 그 쪽으로 옮겨 뒀다. (사실 리눅스처럼 스왑 파티션이라는 개념이 따로 있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파일 시스템을 그런 식으로 예약해 둘 수 있게 하는 건 어떨까?) 아, 드라이브 이름은 하드디스크는 C D E, 스왑이나 특정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U V W X Y Z, USB 드라이브 같은 이동식 매체는 F G, 시디롬 드라이브 등등은 H I J 식으로 짓는 것을 선호한다. 이렇게 하면 드라이브 이름만 보고 대충 어떤 건지 감을 잡을 수 있는 게 편하다.

모든 포맷에 대응하는 프로그램을 하나 하나 까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니 일단 계속 써 보면서 필요하면 까는 식으로 하고 있다. 오늘은 압축 파일과 pdf 파일이 걸렸는데, 일단 빵집3을 깔아서 압축 파일에 연결해 놓았다. 물론 빵집보다 더 좋은 프로그램도 많고, 나도 빵집이 zip/rar 파일 처리하는 게 영 아니올시다여서 WinRAR도 함께 깔아 놓고 쓰곤 했다. 하지만 당장 생각나는 프로그램이 빵집 밖에 없고, 지금 보니까 뭔가 업데이트된 걸로 봐서 내가 WinRAR을 쓸 수 밖에 없던 그 버그가 혹시나 고쳐졌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일단 깔아 보았다. 물론 탐색기 메뉴에 뜨는 새 폴더와 명령 프롬포트도 빼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긴 하다.

pdf는 파이어폭스 확장 기능을 설치하면서 한꺼번에 넣어 버릴 생각이다. 그리고 하는 김에 숨김 파일도 보여 주게 했고 (특히 Documents and Settings 디렉토리에 들어 있는 잡다한 것들 처리하는 데 중요함) 무조건 파일 확장자를 보여 주게 바꿔 놓았다.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인터페이스 중 하나가 이 파일 확장자를 안 보여 주게 하는 옵션인데, 확장자를 뺀 파일 이름만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으면 정말로 좋겠지만 실제로는 아닌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런 경우 어쩔 수 없이 아이콘만으로 파일 형식을 때려 맞춰야 하는데 이게 얼마나 힘든 지는 겪어 보신 분은 아실 것이다. (예를 들어서 VC6에서 h 파일과 c/cpp 파일을 혼동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시라) 물론 이 옵션이 기본으로 켜져 있는 이유는 뭔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웬만하면 꺼 놓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일단 IRC는 쓰기 위해서 PuTTY 한글판을 깔았다. (아직 IRC 클라이언트 깔기는 뭐해서 쉘 계정에서 irssi로 버티고 있다) PuTTY는 파일 하나만으로도 깔끔하게 실행되는 게 좋은데, 까먹고 레지스트리를 백업 안 해서 설정을 복원할 수는 없었다. -_-;;; 아무래도 레지스트리 백업을 위한 유틸리티 등등이 있으면 좀 편할 것 같아서 한 번 찾아 볼 생각이다.

전체 글 목록은 다음과 같다.

(2010-03-25)

이 글은 본래 http://tokigun.net/blog/entry.php?blogid=48에 썼던 것을 옮겨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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