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널

황교수 사건의 끝을 보며

뭐 그동안 글도 많이 안 쓰긴 했지만, 이 글이 황교수에 대해 언급하는 마지막 글이 되리라 생각한다.

2003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학교의 특성상(-_-) 황교수의 강연을 들을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 때 열심히 어쩌구 저쩌구 말해 대던 것은 원래부터 관심도 없었으니 지금 기억나지는 않지만, -- 뭐 잘 아시듯이 언론 플레이 어쩌구 하고 지적하는 그런 내용들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 강연 끝의 질문과 답변 시간만은 지금도 확실히 기억난다.

강연할 때 열심히 졸던 토끼군, 질문과 답변 시간에 심심해서 마지막 질문으로 이런 내용을 던져 봤다.

"교수님께서는 생명의 시작을 언제부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황교수 왈, (요점만 기억남)

"종교적인 질문인가요? 아무튼, 저는 생물체가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순간이 생명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흐음, 그럴 수도 있지 뭐.

여기서 황교수가 말하는 생명의 시작이 불교 쪽에서 말하는 인식론이라고 어쩌구 저쩌구 말할 생각은 없다. 그런 건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는 거고, 그걸 강요하기도 좀 뭐하니까 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특히나 논쟁거리니...)

하지만 나는 지금 어떤 의미로는 황교수에게 감사하고 있다. 황교수는 (어떻게 되던) 우리가 나아가지 말아야 할 본보기를 보여 주고 있다. 황교수가 잘못 한 게 논문 조작이든, 난자 채취에 관련된 윤리적 문제이든, 팀을 제대로 관리 못 한 것이든, 언론 플레이로 사람들을 현혹시킨 것이든, 연구비를 횡령했든, 이도 저도 아니라면 배반포와 줄기세포를 구별을 못 했든, (참고: 이 중 몇 개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음) 적어도 우리가 그를 본받지는 말아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할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우리나라의 과학 연구를 되짚어 볼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기회였다. (제발 이것만은 냄비가 아니길 바란다.)

황교수님, 생명의 시작이 자기 자신을 깨닫는 시점부터인진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태어난 생명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서 배운 마지막 진실입니다 :)

이 글은 본래 http://tokigun.net/blog/entry.php?blogid=44에 썼던 것을 옮겨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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