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널

언어라는 것은...

언어라는 것은... 좋든 싫든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다.

위키백과를 돌아 다니다가 문득 생각 났다. "인민"이라는 말은 의미상으로는 "국민"과 다를 이유가 별로 없는 말이지만 우리는 "국민"이라는 말을 "인민"이라는 말보다 많이 쓴다. 공산주의/사회주의 국가들이 "인민"을 국민의 뜻으로 많이 쓰다 보니까 (당장 중국과 북한을 생각해 보시라) 남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거리감 있는 단어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예전에 이런 얘기가 오고 간 적이 있다. 어느 언어라도 그렇기는 하지만 한국어에는 특히 엽기적인 욕들이 많고, 언어가 부정적으로 발전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내용이었고, 거기에 대한 답은 현대 한국어에서 치명적인 욕들은 모조리 성적이거나 질병에 관련된 순우리말들에서 왔다는 것이다. (성적인 욕설은 다른 언어에도 있으니 뭐 그렇다 쳐도 질병에 관련된 욕설은 상당히 특이한 경우에 속한다.) "지랄"이 원래 간질 때문에 발작할 때 용천혈에 침을 놓아서 깨어 나게 해야 한다는 뜻을 담은 "지랄용천(知謁湧泉)"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고서 말을 쓰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귀머거리" 같은 말이 욕설이나 거기에 준하는 뉘앙스를 갖게 되면서 한국어에는 쓸데 없이 "청각장애인" 같은 한자어들이 생겨 나게 되었다.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사람이라면 다른 게 아니라 이런 것들을 보고 안타까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쓸데 없이 넘쳐 나는 한자어들에 순우리말이 죽어 나가는 걸 적어도 부정적으로 보기는 해야 할 것이다. 한국어를 알기 위해서는 한국의 문화를 알아야 하듯이, 한국어를 가꾸어 나가려면 이런 한계를 벗어 날 수 있어야 한다.

이 글은 본래 http://tokigun.net/blog/entry.php?blogid=88에 썼던 것을 옮겨 온 것입니다.


(rev 553c824afb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