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널

우발적 링크

노스모크에서,

해당 페이지이름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링크를 걸었는데, 그 페이지가 이미 존재해서 우연히 걸린 링크.

예컨대, 디자인에 대해 글을 써 나가다가 우연치 않게 문장 속에서 "포스트모던 건축"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칩시다. 글을 쓰는 사람은 이 개념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서, 혹시 이것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만든 링크를 클릭하고 설명을 적어주겠지 하는 기대에 해당 어구를 디귿자 괄호([])로 둘러주거나 영어 경우 단어를 연결합니다. 새로운 링크를 만드는 것이죠. (이것을 "질문없이묻기" 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연히도 누군가가 이미 "포스트모던 건축"이라는 이름의 페이지를 만들어 놓았던 겁니다. 그럼 페이지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붉은 형광색 표시가 나타나질 않겠지요. 우발적 링크가 되는 것이죠. 모든 페이지 이름은 이러한 우발적 링크가 발생하기 쉽도록 "쉽게 생각해 낼 수 있고 대표성을 갖는 것"이어야 합니다.

모든 글에는 그 글을 읽는 사람이 가정해야 할 문맥이 존재하는데, 문맥이 존재하는 글에서 대표성을 갖는 페이지 이름을 바로 만들어 내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별로 좋은 예는 아니지만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에 대해서 [사과]했다."라는 글이 있을 경우 [사과]가 어떤 대상을 나타내는지 알려면 문맥이나 적어도 자연어 분석이 필요하다. (물론 이 예시는 좀 말이 안 되긴 하지만...) 동음이의어가 많은 우리말의 경우 이런 문제가 좀 더 심해질 수 있다. 거꾸로 아무리 대표적인 이름을 만들어도 사람들마다 만들어진 페이지 이름이 달라질 수도 있다. 공백을 어디에 붙일 것인가부터 단어의 순서라던지, 아예 애초에 정해진 이름이 없는 개념을 설명하려면?

우발적 링크는 개인적으로 위키에서 크게 강조될 수 없는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제시한 문제는 현재의 위키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이런 문제가 심각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 특히 혼자 쓰는 거라면야 -- 규모가 조금만 커져서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이런 문제는 크게 다가올 것이다. 좀 다른 예긴 하지만, 내가 위키백과질하다 보면 저런 것들 때문에 신경질 나는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code는 "부호"인가 "코드"인가? 뭐 이런 것들. 모든 개인은 자기 나름대로 모국어랑 거의 유사하지만 살짝 살짝 다른 자신만의 언어를 가지고 살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시간으로 해결되지 못 할 수도 있다.

위키는 저자동 고유연성으로부터 많은 장점을 얻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해진다면, 그런 부분을 채우기 위해 저자동성을 버릴 수도 있어야 한다. (CN 님의 이 생각난다. 위키도 물이 되어야 한다.) 위키가 좀 더 대중적이 되기 위해서도 필연적인 부분일 것이다.

이 글은 본래 http://tokigun.net/blog/entry.php?blogid=99에 썼던 것을 옮겨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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