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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라는 것은... - 조금 더

언어라는 것은...

동성군이 지적해 준 말이 맞다. 사실 저런 소리를 하면서도 나는 무의식적으로 영어 단어를 섞어서-_- 쓰는 경우가 꽤 있다. 채팅하다 보면 종종 이런 식으로 말을 하기도 한다.

"그 부분 svn repo1)에 저장되어 있는데 알아서 컴파일하고 default2) 좀 조정해 가면서 테스트해 봐." (svn repo = 서브버전 저장소[subversion repository], default = 기본값)

답글에서는 이 부분은 대충 뭉개서 말했는데 거기에 대해서 좀 더 말해 보자. 내 기억이 맞다면,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공부 하면서 영어 단어로 용어를 많이 배우게 되다 보니까 (고등학교 때까지 켤레 복소수라고 배워 왔던 걸 conjugate라고 들으니 얼마나 부자연스럽던지...) 그 영향을 받아서 영어 단어를 좀 많이 쓰게 된 것 같다. 물론 강조랍시고 그렇게 쓰기도 했지만 그렇게 권장될 만한 습관은 아닐 것이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애초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게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그냥 습관이 되어서 저런 말을 쓰게 된다면, 습관이 되지 않게 사회 차원에서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위에서 용어 얘기를 했는데 사실 이 용어들이라는 게 어떤 곳에서는 어려운 한자어로 가득 차 있고 다른 곳에서는 영어들로 가득 차 있다 보니까 쉬운 우리말 용어는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어 위키백과에서 종종 영어 위키백과의 글을 참고해 가면서 글을 쓰다 보면 난감한 것이 바로 이 용어 문제이다. 그럭 저럭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전산학 쪽도 막상 생각해 보면 적절한 용어가 많지 않다는 걸 느낀다. (그래도 수학 쪽은 용어 사전이 있긴 하지만...) 이래 저래 어려운 일이지만 결국 노력이 있지 않으면 이런 일이 계속 일어 날 것이라 본다.

나는 나름대로 한국어와 한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다고 하면서도 저런 모순된 상황에 빠져 있다. 반성해야 할 것이고, 그걸 일깨워 준 동성 군에게 감사하다. OTL (그래도 당분간은 좀 참아 주길 바람)

아직 부족하다. (2010-03-25)

이 글은 본래 http://tokigun.net/blog/entry.php?blogid=89에 썼던 것을 옮겨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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