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널

싸움에 뛰어들기

onesound and so on vs. rukxer and so on 싸움에 뛰어 들어 봤습니다. 여기에 대한 제 의견은 (지금 당장 바쁘니) 좀 있다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


오케이, 바쁜 일 일단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글을 써 보도록 하죠. 오래 기다리신 분께(계실까?) 죄송합니다.

제가 심심찮게 인용하는 말로 번역의 비결정성 정리가 있습니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면, 어떤 언어로 쓰여진 말을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 그 번역이 항상 하나로 결정될 수는 없고, 주어진 환경에는 맞는데 서로 양립할 수는 없는 둘 이상의 체계가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이 정리를 직접 손수 증명한 윌라드 반 오만 콰인은 그 유명한 "가바가이"라는 말을 예로 들어서 이를 설명했지요. 토끼 한 마리가 지나가는데 원주민이 가바가이라고 하면, 이게 "오 토끼다"인지 "오 먹을 거다"인지 "사냥하러 가자"인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정보가 더 쌓이면 다소 뜻이 명확해질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적으로 정확한 뜻이 존재하지 않음이 바로 이 정리의 진실이죠.

사람들 사이에도 이런 정리가 성립합니다. 이 블로그를 보시는 분은 아마 거의 다 한국어를 쓰시겠지만, 한국어라고 해도 사람들마다 실제로 말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고 종종 서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때 각 사람마다 자기 자신의 (한국어와 매우 유사하지만 다를 수 있는) 언어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 위의 정리가 성립하지 않을 까닭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한다는 건 애초에 완전히 번역할 수 없는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추측해 나가는 거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서로 몇 년동안 부대끼고 살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런 문제가 일어 날 수 있는데, 하물며 생판 모르던 사람들끼리 얘기를 하는데 오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이상한 거죠. 사건의 당사자분들께서 인터넷이나 통신 등을 얼마나 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10년 정도는 몸 담고 있었으니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싸움들은 이런 대화와 이해의 불완전함에서 발생한다. 이런 불완전한 수단으로 소통을 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은, 서로가 어떤 말을 하는 건지 섣불리 가정하지 말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 뿐이다."

아, 물론 서로 소통을 안 해도 됩니다만 그건 좀 무리니까 생략합시다. 만약 우리가 소통을 해야 한다면, 우리는 오해를 줄이기 위해 상대방의 말을 가능한 소극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 설령 소극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그 사실을 일러 주는데 있어서는 소극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감정 섞인 대화는 종종 유용할 수는 있지만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이 과정을 크게 방해하기 때문에 자제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글에서는 이 얘기가 참이라고 가정하고 의견을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적어도 번역의 불완전성 정리 자체를 부정하는 분은 없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위의 기준에서 살펴 볼 때 두 분은 모두 적지 않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시간순으로 살펴 보면-

"티스토리 비추천" vs. "원사운드 비추천" (8월 7일)

onesound 님의 최초 문제 제기는 물론 정상적인 사용자라면 충분히 가능한 의견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사건(?)에서 onesound 님 편만을 무조건 들 수는 없는게, 다소 부적합할 수 있는 표현들이 꽤 들어 갔다는 점입니다. "좋은서버에 태터툴즈 깔아놓고 사용자들 쓰는걸 구경하고 있는 것 같다."라는 표현을 단순한 기분이 아닌 비꼬는 느낌으로 받아 들일 사람도 꽤 있고, 낚시라는 표현이 부정적으로 쓰이는 거는 인터넷 돌아 다니는 사람이라면 꽤 알만한 사실이죠. 하지만 처음에 이 글이 올라왔을 때는 블로그가 거의 단순한 일기장(?) 정도의 수준으로 쓰였고, 개인 공간이라는 특성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rukxer 님은 이 글에 있는 표현을 근거 없는 비꼼으로 받아 들이고 거기에 대해서 감정이 섞인 반박글을 올렸습니다. 아, 이런 표현이 자제되었다면 과민한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이미 벌어진 사건을 다시 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반박글에 섞인 감정은 대강 말하자면 (자기가 받아들이기로는) onesound 님의 글에 군데 군데 들어 있던 비꼼을 반박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입니다. onesound 님은 딱히 문제 있는 글 쓴 것도 아닌데 과민 반응을 하는 거냐고 반발했고, 그에 대한 답변은 지나친 감이 있으며 틀린 말 한 건 아니지 않느냐는 반응이었죠.

서로 생각이 꼬였는데 말싸움 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뭐 저도 종종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나마 서로의 생각을 알아 차리고 얘기를 매듭지었다면 문제가 커지진 않았겠죠. (그 상황에서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진 않았습니다.

"'티스토리 비추천' 에 대한 질문과 답변", 그리고 "티스토리 절대 비추천" (8월 8~9일)

onesound 님은 첫 댓글을 쓴 뒤에 그래도 답변은 해야겠지 하고 답변을 씁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달린 rukxer 님의 댓글을 인신공격으로 인식하고 황당해서(네 충분히 가능하죠.) 까는 글을 씁니다. 덕분에 두 분이 댓글로 쌈박질을 하면서 서로 인신공격을 하는 상황이 빚어졌습니다. 한참동안 싸우다가 다행스럽게도(?) 쌈박질이 잠잠해져서 이 일은 어떻게든 잊혀졌습니다.

이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정확한 의견을 제시해 주신 분이 별바람 님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링크) "자신의 의견을 적는것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타인이 기분나쁘지 않게 적는것도 예의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앞에서 설명했으니 생략합니다.

[intermission: 아... 글 쓰다 보니까 상황이 또 갱신되었습니다. 제길 -_-; 그래도 쓰던 거 아까우니 계속 씁니다.]

파이어폭스 vs. 인터넷 익스플로러 (아마 10월 말...)

이 일은 뭐 아실 분은 다 아시겠지만... 애초에 싸이월드가 파폭 아이콘 가져다가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그려 놓아서 파폭 사용자들이 열 받고 어쩌구 저쩌구...로 진행되는 내용입니다. 여기에 대한 제 생각은 이미 며칠 전에 을 써 올린바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onesound vs. rukxer 얘기니 따로 하고 싶진 않군요.

새로운 사건의 시작은 rukxer 님의 글로부터였습니다. 이 글은 감정이 섞였긴 한데 onesound 님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얘기는 없었고, 자기 주장을 위한 내용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내용이죠. onesound 님께서는 "리플로 저작권 관련 문제를 알려준 거 가지고 근거로 찌질거리기 시작했다"고 썼지만 찌질거렸다는 얘기만 별개로 한다면 그거 자체로는 문제가 없고, 근거는 제대로 제시했으며 답변도 제대로 했으니 주장한 것 자체가 욕 먹을 짓은 아닙니다. 저작권 위반을 범죄 행위로 여긴다면 범죄 행위를 범죄로 보지 않는 것을 비판할 수도 있는 건 맞습니다. 다만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선동했다는 얘기는 이런 주장을 과도하게 살포-_-했다는 얘기인데, 물론 이는 당연히 지나친 일이겠죠.

아무튼, 이 내용을 보고 이전의 싸움이 생각난 onesound 님은 "이 놈 또 찌질거리고 있군"이라고 생각하고 마침 싸움에 대해 할 얘기도 있고 해서 아름다운 블로그 스피어를 만들기 위한 우리들의 다짐이라는 만화를 그려 붙였는데... 위의 기준으로 비춰 봤을 때 몇 가지 문제가 있지요. 아, 9번 조항이 있다고요? 여기서는 의도적으로 무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장난이라도 문제가 있거든요. 장난은 그 장난이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할 때 장난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이 만화에서는 맨 마지막의 텍스트를 통해 구글, 태터툴즈, 맥, 파이어폭스 사용자들이 잠재적으로 "불합리한 세상, 불합리한 서비스들로만 생각한다"는 뉘앙스를 풍겨 주었고, 이는 그렇지 않은 (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용자들을 화나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이걸 rukxer 님 등에게 보여 주려고 그린 거라면 문제는 더 크겠죠.

rukxer 님은 이걸 보고 열받아서 이것의 패러디를 만들어 붙였습니다. 저작권 문제는 뭐 그렇다 치고 (적어도 원본은 변형 없이 올라 갔고, 패러디가 표절에 해당하는 지는 이견의 여지가 있으나 이 얘기는 법정에서 맨날 나오는 얘기니 섣불리 말하기 힘듭니다.) 이 내용 또한 onesound 님에 대한 인신 공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뭐 의도한 거겠지만요 :( 그리고 한동안 또 다시 치고 박고 하는 말싸움이 이어졌다가 지금 이 글을 쓰던 도중인 11월 1일 밤에 rukxer 님이 이런 글을 올리셨고, 여기에 대한 답변이나 반응은 아직 없는 상태입니다.

이 글을 보실 여러분께서는 이 사건의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셨으리라 봅니다.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애초에 처음부터 서로를 존중하지 못 했던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주장을 이해하고 서로의 생각을 얘기할 틈도 없이 인신 공격과 선입관으로 이어진 싸움이 어떻게 이어질 건 뻔합니다.

이 싸움에 대해 관여하지 말라는 분들도 몇 분 계셨습니다. (당사자인 onesound 님도 이 얘기를 하셨었죠?) 네! 물론 관여하지 않는 게 제 정신 건강에도 좋고 처음에는 저도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계속 보면서 이건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차피 이런 종류의 얘기를 언젠간 해야 할 거라 생각했기에 이 드럽게 긴 글을 써 내려 가게 되었습니다. (지금 1시 37분인데 글 쓰기 시작한 지 두 시간 지났습니다. 어흑 퇴고도 못 하겠네...) 개인과 개인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확대해서 생각하면 결국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두 집단 사이의 싸움이자 온라인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대표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일단 이미 공개된 "개인" 공간에서, 그것도 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공간에서 싸움이 일어나는 걸 방관만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당장 서울역 앞에서 두 사람이서 개판 싸운다고 생각하시면 비유가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일도 얼마든지 공적인 일로 확대될 수 있겠죠. 마찬가지로 쌈박질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만 여기서 쌈박질의 정의는 당사자들이 아닌 이 사건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는 걸 잊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onesound 님과 rukxer 님, 그리고 이 소모적인 논쟁에 참여하신 여러 분들께, 적어도 인터넷 상에서, 공개되는 장소에서는 상대방이 자기 말을 어떻게 생각할 거라고 가정하지도, 상대방이 어떤 의도로 말을 했을 지 가정하지도 마시길 부탁합니다. 물론 어렵고 저도 잘 안 되긴 합니다만, 적어도 자기가 잘못했을 수 있다는 가정은 하고 겸손해졌으면 합니다. 뭐 이런 말 해서 모든 말싸움이 사라지리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습니다만, 적어도 이 세상에 이렇게 많은 싸움들이 일어 나기에는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

이것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블로그 스피어를 만들기 위한 우리들의 다짐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 글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 2.0 대한민국 라이센스에 따라 출처만 밝히면 자유로이 변경, 개작, 인용 등이 가능합니다. 이 문서가 있는 웹페이지에 어떤 다른 저작권 명세가 있더라도 이 명세가 우선합니다.

부록

부록으로 몇 가지 덧붙일 얘기를 넣어 보겠습니다. 음... 이거 쓰는 데 얼마나 걸릴려나. 하여튼 지금 바깥에서 누가 기다리는데 재빨리 써 넣겠습니다.

- 제가 두 분의 블로그에 써 붙였던 댓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쌈박질은 적절히 하시죠? 솔직히 말해서 이 쪽이나 그 쪽이나 다 찌질합니다. "아름다운" 블로그스피어를 만들기 위해서 두 분 다 참 열심히 자기 주장을 하고 계시고 상대방은 완전히 말아 먹으시네요. (그 주장이 맞고 틀리던간에!) 애초에 이런 쌈박질의 시작이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데서 온다는 걸 모르십니까? 그러시고도 계속 싸우시겠다면 저는 할 말 없습니다. 하하하.

지금까지의 글을 보신 분께서는 이 내용이 다소 감정 섞인 내용이라는 걸 아실 수 있습니다. 물론 의도한 것이고, 이 댓글을 보시고 기분이 나쁘셨다거나 상처 받으신 분께는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제 얘기를 전달할 수 없겠다 싶겠더라고요.

- 몇 가지 댓글에 대한 답변입니다. (아 그냥 몰아서 쓸래...)

에린츠 (2006/10/31 21:02, http://onesound.tistory.com/421에서)
토끼군님/ 클라이맥스까지 주인공들은 실제로 거의 발전하지 않고 있다죠. 클라이맥스가 끝나고 엔딩이 와야 발전된 주인공들을 볼 수 있는 겁니다.

www (2006/10/31 21:09, http://onesound.tistory.com/421에서)
머리들 식으시면 적당히들 물러나실텐데. 자기관리 잘 하시는분이 괜히 빡치셨을까봐요
대형커뮤니티도 아닌 개인의공간인데 트러블정도는 다룰 수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본인들과 연관이 없는 제3자는 화를 돋구려는 심산이 아니라면야 조용히 관전하는게 예의 아닐까용.

Rukxer (2006/10/31 21:20, http://rukxer.net/2460284에서)
도토리 키재기라는 말씀이시군요.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자제토록 하겠습니다 :)
이번엔 좀 즐겨보자는 취지에서 해봤지만, 제 의도야 어떻든 여전히 배틀로 보이기도 하겠군요.

  • 에린츠 님의 댓글에 대해서: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겁니까? -_-; 싸움은 끝까지 지켜 봐야 한다는 얘기로 받아 들인다면, 그런 싸움은 적어도 남들 안 보는 데서 해야 한다고 답하고 싶습니다.
  • www 님의 댓글에 대해서: 자기 관리를 잘 하는지 아닌지는 제가 알 바도 아니고 알 수 있는 내용도 아닙니다. 개인 공간이 얼마나 공적인 공간인가에 대해서는 앞에서 써 놓았으니 참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 Rukxer 님의 댓글에 대해서: 저는 이 댓글을 올리신 후 님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없기에 당시 상황을 기준으로 답하겠습니다. 즐겨 보자는 취지로 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칠 건지 -- 배틀이 문제가 아니라 -- 생각해 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 논리를 완전하게 하기 위해 부연하자면... 사실 제가 지금까지 한 몇 개의 설명 중에 동의하지 않는 게 있는 분도 계실 겁니다. 만약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면, 이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존중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건데, 물론 가능하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제가 설명한 내용이 인터넷 상에서 정상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정이겠죠.

긴 글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벌써 두 시네요. 오늘 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 납시다. :)

결과적으로 이 싸움이 어떻게 끝났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아마 많은 인터넷 플레임 워랑 유사하게 흐지부지되었을 것이다. 이미 내가 뛰어든 시점 자체가 싸움의 클라이맥스가 약간 지난 때였으니까. 하여튼 나는 더 이상 이따위 무익한 싸움에 뛰어들지 않는다. (2010-05-06)

이 글은 본래 http://lifthrasiir.tistory.com/30에 썼던 것을 옮겨 온 것입니다.


(rev 41f1b2afd3a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