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널

그냥...

원래는 이 블로그 버려 놓고 새로 만들던지 뭔가 하려고 했는데 귀찮네요. 아무 생각 없이 조금씩 생각을 뱉어 내는 장소로 임시로 쓸 생각입니다.

여기부터는 개인적인 얘기. 안 읽으셔도 됩니다.

저를 아시는 많은 분께서는 제가 토끼군이라는 이름을 버리려고 한다는 걸 아실 겁니다. 네, 정확히 버린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이미 몇 년 동안 쓴 이름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아는 사람이 토끼(군)라고 부르는 건 막자"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 하면...

  • 토끼군이라는 이름은 고유명사보다는 일반명사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덕분에 그로 인한 폐해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예: y 모 님의 3초 발언)
  • -군 접미사는 슬슬 뗄 때도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해서...
  • 로마자 표기가 약간 왔다 갔다 합니다. 현재의 tokigun이라는 로마자 표기는 ㄲ를 ㅋ와 비슷한 소릿값을 쓰는 걸로 치고 있지만 종종 tokkigun이라는 표기도 등장하죠.

이런 이유로 웬만하면 토끼군이라고 부르지 마시고 lifthrasiir라고 불러 주시면 좋겠습니다. 발음은 공지에 쓰여 있습니다. (tokigun이라는 이름은 계속 쓰겠습니다만 주로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만 사용할 것 같습니다.)

최근 한 달 동안 매우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어쩌다 보니 이번 학기에는 21학점을 듣고, 몸은 완전히 떡이 되었고 (한 달의 1/3을 밤 샜으니) 외부 프로젝트와 숙제와 동아리 프로젝트가 어우러져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원래 목표는 방학 중에 이런 것들 다 끝내 놓는 거였는데, 피치 못한 사정(=게으름)으로 방학 중에 끝내는 건 실패하고 학기 중으로 미뤄지는 바람에 이런 문제가 생겼습니다. 안 좋네요.

몸 상태 덕분에 쓸데 없이 비관적으로 되었습니다. 먼 옛날부터 생각해 오던 것이 최근 몇 년간의 일련의 사건으로 구체화되는 느낌입니다. 가장 가까운 것으로 한미 FTA가 있군요. 찬성하는 자들과 반대하는 자들의 주장, 퍼포먼스(행동도 아니야 이건), 삽질, 등등을 다 합하면 연작 뮤지컬들을 보는 느낌입니다.

이 뮤지컬이라는 건 인간의 궁극적인 문제로부터 출발합니다. (귀찮아서 설명은 생략. 필요하면 나중에 제가 시간이 남아 돈다고 생각될 때 설명을 부탁하시면 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간은 멸망한다는 겁니다. 하, 자기 자신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 하는 인간이 드넓은 우주로 나가고 천 년, 만 년 후를 생각한다니! 제가 옛날에 봤던 천문학 교재에는 "(전략) ...이러한 것들은 지구에 진정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테스트가 될 것이다."라는 얘기가 맨 뒤에 쓰여 있는데 보나마나 실패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세상을 살아 가는 이유는 저는 광역적으로는 비관론자지만 지역적으로는 낙관론자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전체적으로 망해 간다 하더라도 내 주변,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발전을 할 수 있다면 저는 뭐 딱히 세상을 하직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 지역적인 발전이 광역적으로 '현상 유지'라도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 왔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의 헛소리도 재밌군요.

앞에서 말했던 이유로 tokigun.net은 곧 사라지거나 다른 도메인으로 포워딩될 예정입니다. sapzil.info에 있던 모든 서브도메인들은 곧 제 서버로 모두 이전될 예정입니다. (시간이 없어서 못 하고 있네요.)

토끼군 작업실은 올해 2월인가를 종점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사실 하는 일도 없긴 하지만 굳이 "작업실"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큼 큰 것도 아니라서...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옛날에 제가 짠 코드에는 TokigunStudio blah 식으로 이름이 붙은 것도 있습니다.) 새 도메인은 전적으로 사이트 이름에만 영향을 줄 것입니다.

위키백과, 위키백과, 위키백과. 네 이거 해야 합니다. 이건 제가 생각하는 지역적인 발전에 있어서 매우 스케일이 크고 안 할 이유가 별로 없는 프로젝트인데, 이상하게 요즘은 시간도 없고 기운도 없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정확히는 작년 12월부터 쭉...) 안 합니다. 방학 중에 할 일이 완전히 사라진 때가 되면 다시 회복을 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아직 제가 해야 할 일은 많으니까요.

방학 중에 여행을 다녀 올 생각입니다. 돈이 없어서 -- 저는 학교 장학금만으로 등록금 및 거의 모든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 해외 여행은 무리고, 우리나라 구석 구석 돌아다니면서 견문을 넓혀 볼 생각입니다. 기분 전환도 하고요.

제가 구상했던 프로그램 중에는 블로그가 없습니다. (수정과 태터툴즈는 제가 구상한 게 아니라 이미 있던 거에 참여하기 시작한 거니까 논외.) 블로그'만'으로는 새로울 게 없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비록 블로그가 일반적인 홈페이지와 구별되는 특징을 여럿 가지고 있으며, 그로 인한 네트워크가 생긴다는 면에서는 충분히 notable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인 방향에서는 아직 먼 것 같습니다. 블로그에 뭔가가 더 필요합니다.

스프링노트는 기술적인 면에서는 (제가 하려는 게 일부 포함되어 있기도 했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습니다만 이런 의미에서는 크게 흥미롭지 않다고 봅니다. 아, 근데 제 OpenID로는 스프링노트 가입이 되지 않는군요. 기술적인 면을 좀 테스트해 보려고 했는데 계속 로그인만 하라는군요. myid만 되나? 어쩌라고. (스프링노트 개발자 분들께서는 이 헛소리는 무시하셔도 됩니다. 아마 제가 OpenID 구현을 잘못 선택한 거겠죠 뭐.)

블로그가 시간축, 위키가 공간축을 강조했다면, 제가 구상했던 (가장 이상향에 가까운) 프로그램은 시간축과 공간축을 함께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용자는 이 네트워크를 바라보는 여러 관점(view)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단순히 일정만을 기록하는 것이라면 시간축이 강조됩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고 있습니다. 내가 만들려는 시스템이 블로그와 위키를 섞은 것과 비교했을 때 뭐가 더 좋은가? 하는 생각이 들죠. 공간축보다 더 높은 단계가 있을까?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제 자신에게 계속 하고 있습니다.

아시면 연락 주세요. 어쩌면 이 문제는 물리학도에게 질문해야 할 문제일 지도 모릅니다. (웃음)

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태터툴즈 개발진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태터툴즈의 궁극적인 목표는 블로그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는 참 통하는 게 많죠.

하루에 몇 시간 누워서 자고 몇 시간동안 낮잠을 자면 좋을 지 조언 부탁합니다.

이 글은 사실상 티스토리 블로그의 끝을 알리는 글이었다. (따로 닫는다는 소리를 쓰지는 않았지만...) 그 뒤 mearie.org 도메인을 사고 새로 출발한 것이 두 달 뒤의 일인가 그렇다. 블로그와 위키의 통합은 몇 번 더 시도했지만 포기했다. (2010-05-06)

이 글은 본래 http://lifthrasiir.tistory.com/43에 썼던 것을 옮겨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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