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널

기독교가 ‘아닌’ 것

누구 누구한테 쓸데 없는 공격 받고 환장할 것 같아서 여기에라도 써 놓아야 할 것 같아서 써 놓는다. (뭐랄까 복수가 될 턱은 없지만 하여간 복수하려고 블로깅하는 사람과 비슷)

인터넷에서 언제나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떡밥 중 대표적인 것으로 종교 떡밥, 특히 기독교 떡밥이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간단하게 내 생각을 정리해 보겠다. 말 그대로 내 생각이고 정리 목적으로 쓰는 것이니 동의하지 않는다고 뭐라 할 생각은 없다. 기독교라는 말만 봐도 속이 뒤틀리시는 분께서는 그냥 안 읽으셔도 되지만 세상에 넘쳐 흐르는 뭣같은 사람들보다는 훨씬 나을테니 그래도 심심하시면 보셔도 된다. (라고 써 놓고 속이 뒤틀리면 어쩌지… 하고 있다;)

기독교의 정의

기독교라고 말하면 아주 넓은 의미에서 아브라함계 종교를 모두 포함하는 경향이 있지만, 나는 나름대로의 이유로 기독교라고 말할 때 그보다는 훨씬 작은 부분집합만을 얘기한다. 물론 여기에 속하는 것을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꼭 불러야 할 필요는 없지만 편의상 그러는 것이니 대강 살기로 하자.

내가 기독교라고 할 때는 세 가지 요소를 갖춘 종교를 의미한다. 물론 내가 빼먹은 게 있을 수도 있지만 이 정도면 아마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이 글에서 기독교와 기독교가 아닌 것을 설명하려고 하는 거지 전도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식겁하면 그냥 그런갑다 하고 넘어 가셔도 되겠다.

  1. 죄: 인간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태초에 저지른 원죄로 인하여 영적으로 사망하였다. 고로 모든 인간은 아무 죄를 안 지은 것 같아 보여도 죄인이다.
  2. 구원: 하나님의 아들(이자 하나님 그 자체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죽으면서 흘린 피는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간격을 극적으로 좁혀 놓았고, 단지 하나님을 영접하는 것만으로 영적으로 다시 태어나는 이른바 구원을 얻게 된다. 사실 구원받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쉬우며, 한 번 받은 구원은 뭔 짓을 해도 다시 사라지지는 않는다.
  3. 성경: 몇천년간에 걸쳐 몇십명의 저자에 의해 분산되어 쓰여진 66권의 성경은, 그 자체로 하나님의 말씀이자 하나님과도 같다. 또한 하나님께서는 이 성경의 말씀이 현재까지도 그대로 보존되도록 하셨다.

다른 사실상 모든 이야기는 위의 세 항목으로부터, 특히 마지막 항목(-_-;;)으로부터 추리가 가능하니까 안 쓴다. 하여간 이렇게 써 놓고 보면 내가 기독교로 인정하는 것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대강 드러난다.

  • 개신교는 대략적으로 기독교이다. 다만 성경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족속들이 좀 있다. 특히 맨 마지막 항목에서 성경의 말씀이 제대로 보존 안 되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뭐 그렇게 생각하는 건 자기 마음이지만 솔직히 그럼 왜 성경의 다른 부분을 믿는 건진 궁금하다.
  • 천주교, 또는 카톨릭은 기독교가 아니다. 카톨릭은 하나님을 영접하는 것만으로 주어지는 구원을 부정한다.
  • 여호와의 증인은 기독교가 아니다. 여호와의 증인들은 절대로 삼위일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기독교가 개신교라고 개신교와 기독교가 동치라고 말할 수는 없다. 교단에 독립적이더라도 (사실 교단 같은 게 그다지 볼만한 것들은 아니다) 위의 항목을 완전히 지킨다면 충분히 기독교라고 말할 수 있고, 사실은 나는 그-_- 쪽 계열이다.

최소한의 얘기는 마쳤으니 그럼 각 주제로 넘어 가자.

기독교와 한국 개신교

기독교가 한국에서 특히 욕을 많이 먹는 이유는 한국에서 기독교계가 보여온 행태가 진짜 짜증나기 때문이다. 일부 기독교만 그런다고 돌려 막기에는 여기에 해당하는 기독교계가 너무 크다. 뭐 짜증나도 할 수 없다. 성경대로 행하지도 않은 놈들이 욕 먹어도 싸지.

구체적으로, 한국 개신교는 대형화1와 비성경적인 행태들(십일조, 형식적인 신앙고백, 교단 따위 등등. 왜 비성경적인지는 나중에 시간 나면 설명을…), 그리고 거의 민속 신앙에 가까워 보이는 삽질들(부흥회 같은 것들)까지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하나님을 믿고 성경을 따른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에 그렇게 목 매달고 사는 건지, 욕 안 먹는게 더 이상한 것이다. -_-

이 얘기를 하니까 누가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냐고 말한 적이 있다. 뭐 나야 원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왜 틀린 것을 틀렸다고 지적하지 않고 참고 살아야 하는 것인가? 성경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다면 당연히 고쳐야 하는 것이고 그게 올바른 기독교인의 자세이다. 내가 까칠해서 이 의도가 잘 전달이 안 되었다면 뭐 내 탓이다. orz

덤으로 한국 개신교에 소속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 수동적이고, 그냥 일요일 되면 교회 와서 한 시간 정도 동안 설교 듣고 돌아 오면서 잊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게 정상적인 것 같아 보이냐…

기독교와 진화론

기독교, 좀 더 정확히는 성경은 하나님이 태초를 창조했다는 언제나 그렇지만 꽤 논란거리가 될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진화론은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점진적으로 생물이 진화하고 자연 선택에 의해 자연에 더 적응한 종이 널리 퍼졌다 등등의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 그럼 뭐가 맞는 얘기란 말인가?

여기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은 두 문장으로 나눌 수 있다. 일단 첫 문장은 뭐 뻔한 문장이다.

현생 인류는 하나님에 의해 창조되었다.

하지만 둘째 문장은 뭔가 이상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구를 비롯한 우주는 그보다 한참 전에 (알려지지 않은 방식으로) 창조되었다.

둘째 문장은 대부분의 한국의 개신교 신자들에게는 전혀 말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사실 둘째 문장에 대해 성경이 말하는 내용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하지만 명시적으로 창조하지 않는 것들(땅 같은 것)이 아무 다른 참조 없이 존재한다거나 둘째 날만 아름답다 하지 않은 것 등으로부터 인류의 창조가 우주의 창조보다 훨씬 뒤라는 것을 유추할 방법은 있다.

하여간 그래서 기독교와 진화론 사이의 관계는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진화론은 아무 어떤 가정 없이 과학적인 방법론만을 사용해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결과이다. 진화론에 대해서 공격하고 싶다면 일단 과학적인 방법론을 써야 하는게 맞다.
  • 따라서 다른 조건이 없다면 모든 생명체가 진화에 의해 탄생했을 거라는 생각이 사리에 맞다. (실제로 소진화는 알려진 문명 안에서 발생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 다만 현생 인류는 진화에 의해 영향을 받기에는 너무 나중에 창조되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 진화론이 할 말은 없다. (물론 과학적인 방법론 상에서는 창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말이지만, 가상 세계 가정 같이 비슷한 결과를 내 놓을 수 있는 가설들은 여럿 있다.)
  • 현생 인류의 창조 이전에도 다른 생명체들이 존재했으며, 이들은 어쩌다가 보니 망했다. 이들이 어떻게 창조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성경이 말하는 게 없다. 그러니 얘네들이 진화를 했는지 뭘 했는지는 알아서 생각해도 된다.

다른 말로 하면, 진화론의 옳고 그름은 인류의 창조 여부와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두 문제가 서로 수직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인류의 창조라는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는 곤란한) axiom만을 두는 것으로 문제는 끝나 버린다. 어차피 과학보다는 믿음의 문제이기 때문에 굳이 과학이 잘못되었네 할 필요가 별로 없는 것이다.

근데 위에서 말한 내용(재창조 해석이라 한다)이 다수파는 아니다. 대부분의 개신교 교단들은 인류의 창조와 우주의 창조를 비슷한 시기에 놓는 해석을 쓴다. 이런 사람들은 위에서 말한 내용이 과학의 결과물에 성경을 끼워 맞추려는 짓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는데, 그러기에는 성경이 말하는 내용이 꽤 있다. 하여간 이건 알아서 생각하시고.

기독교(정확히는 개신교)의 창조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개난리를 쳤던 대표적인 예로 창조과학회를 들 수 있다. 이 인간들은 인류의 창조와 우주의 창조를 비슷한 시기에 뒀기 때문에 엄청난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었고, 진짜로 과학적인 방법론만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삽질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른바 지적 설계론 같은 기괴한 끼워맞추기도 덕분에 생긴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talk.origins 포럼 등에서 까이는 것도 참 당연한 것이 과학적인 방법론을 동원하지 않고 과학이랍시고 주장을 하기 때문이다. 백보 양보해서 창조된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걸 주장하는데 과학적인 방법론을 쓰지 않는다면 과학은 아닌 것이다. (위에서 인류의 창조를 axiom이라고 말한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이 부분은 과학과는 상관이 없는, 하지만 인정한다고 해도 원래 이론에 별 차이는 없는 내용인 것이다.)

아무래도 이 주제는 내가 너무 흥분한 것 같다. 나중에 좀 다듬어 봐야 겠다.

그리고…

대강 써 보다 보니까 주제는 꽤 있는데 내일 (병가 이후) 첫 출근 때문에 더 이상 못 쓰겠다. 나중에 심심하고 생각난다 싶으면 더 써 보겠다.


  1. 나는 종종 “하나님과 맘몬(돈의 신)을 함께 섬기려고 하는 망할 인간들”이라고 비유한다.

이 글은 본래 http://mearie.org/journal/2008/07/what-is-not-christanity에 썼던 것을 옮겨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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