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널

괴혼온라인 FGT 1일차 후기

(6월 5일 오후 7시 제목 수정: 클로즈 베타처럼 되긴 했지만 클로즈 베타가 아니라는 설명에 따라 수정. FGT는 포커스 그룹을 대상으로 한 테스팅이라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클로즈 베타와는 별개이다.)

자, 아라크네는 사실 괴혼(그 카타마리 다마시 맞음)의 열혈 팬이라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얼마나 사족을 못 쓰냐 하면 저 게임 때문에 여름 내내 동아리방에 틀어박혀서 플레이스테이션만 잡고 있었으니까. (생각해 보면 정말 폐인스러웠다...) 그래서 괴혼온라인 소식이 나왔을 때 "아 듀크 뉴켐 포에버 꼴은 면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이거 완성도 높아서 말리면 좆된다..."라는 생각이 교차했다. (저 소식이 나왔을 때는 물론 DNF가 망했다는 게 안 알려졌던 때니...) 그래서 1일차 플레이를 해 봤다. 나는 '아라크넹'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었고 5시부터 10시까지 죽치고 앉아 있었다. (실제 플레이 타임은 서버 다운, 클라이언트 크래시, 피드백을 위한 알트탭; 등의 이유로 두시간 반 정도 된 것 같다. 아 밥먹어야 하는데) 사실 원래는 윈디존에 같은 주민등록번호가 있어서 고객센터에 항의하느라 참여를 못 했는데, 어째 테스터 수가 모자란지 추가 모집을 받길래 덥석(...) 물었다. 그게 클베 시작 두시간 전. -_-;;;;;

그래서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아 나 여름 또 날리겠네...

농담이 아니라... 비록 엄청난 양의 버그와 문제점, 건의사항을 날리긴 했지만 (아마 내가 건의사항/버그 리포트 전체 순위로 5위 안에 들 듯?) 기본적으로는 만족한다. 최소한 원작 말아먹었네라는 소리는 들을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 윈디소프트 놀고 먹은 게 아니었구나. 짝짝짝.

그래서 파트 별로 분석을 하겠다. 참고로 나는 게임 플레이보다는 (이런 건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피드백을 한다) 도저히 사람들이 찾아 내기 힘든 이런 저런 것들을 많이 비평하는 편이라 좀 짜게 점수를 내린 게 있을 수 있다... 아, 그리고 스크린샷은 못 찍어서 없다.;

설치

클라이언트는 한시간 전에 미리 설치를 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물론 적절한 양의 패치-_-가 뒤따랐고... 설치 과정에서 딱히 문제는 없었다. 아, 물론 패러랠즈 데스크탑 4에서는 돌지 않았다. (이유라는 것이 셰이더가 둘 이상의 타겟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이건 나는 알아 듣지만 다른 사람은 못 알아들을테니 메시지 좀 바꾸자.)

일단 첫번째 지적하고 싶은 것은 왜, 대관절, 어째서, 정말로 어떤 이유로 ActiveX 게임런처만 쓰냐는 것인데 이건 너무 많이 나온 떡밥이라 생략. 이건 아무리 지적해도 안 바뀌더라... 이미 포기.

두번째 지적하고 싶은 것은 좀 더 직접적인 것인데, 인스톨러 좀 잘 선택했으면 좋겠다. 설치 프로그램이 오백 몇십메가인데 이걸 처음에 자기 검증을 하고 있다! 느려 터지지 않는가? 아무리 한국이 인터넷이 좋아도 설치 파일 검증을 위해 드는 시간은 무시할만한 것이 아니다. 자기 검증을 하는 인스톨러 좀 쓰지 말고 대신 압축을 풀 때 실시간으로 검증을 하게 하는 인스톨러를 찾아서 쓰는 게 나을 것이다. 짜증난다.

게임 인터페이스

일단 첫 화면부터 지적하자면, 전체화면화 되고 나서 윈디소프트 로고 뜰 때까지 내 기억으로 6초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원래 로고 띄우는 게 identification도 있지만 로딩되는 걸 숨기기 위한 목적도 있는데, 이건 좀 신경써 줬으면 좋겠다. (음... 오프닝 동영상은 뭐 짜집기니 패스) 서버 선택은 뭐 말할 건 없었지만 서버 이름이 SVRxxx로 나오는 건 좀 아니지 않는가.

괴혼온라인은 내가 알기로 플스 패드도 지원한다고 들었지만 내가 플스 패드(정확히는 플스 패드"처럼" 생긴 플스 패드... 팝픈콘은 있다;)를 안 가지고 있어서 키보드로만 해 봤다. 키는 왼쪽 오른쪽으로 회전, 위 아래로 전진 후진, 왼쪽 컨트롤로 왕자 턴, 위 두 번 눌러서 왕자 대시... 등등이다. 자세한 건 사이트 뒤져 봐라. 아이템 사용하는 게 대체적으로 왼손을 쓰고 움직임을 오른손을 쓰는데 이건 한 번 테스트를 해 보고 정한 것 같다.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다만 F1, F2로 타겟 선택하는 게 좀 헷갈리는데, 이건 키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 없는 화면에서 누가 F1이고 누가 F2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게 더 문제인 것 같다. 아무래도 왼쪽 리스트 말고도 화면 위의 아이디 옆에도 Fx를 표시해 줘야 할 것 같다.

로비 인터페이스는 할 게 딱히 없다;는 (절대 사소하지 않은) 문제를 빼고는 나쁘지 않았다. 잘 만들었더라. 엔비디아 PhysX 쓰던데 그런데도 느린 걸로 보면 최적화가 덜 된 거거나 내 컴퓨터가 고물이거나 둘 중 하나인데, 원래 이런 거 최적화는 졸라 힘들다는 건 나도 아니까 아마 내 컴퓨터가 고물이라는 것으로 가정하도록 하겠다. -_-; (농담이 아니라 원래 힘들다.)

로비 인터페이스를 "뺀" 나머지 인터페이스는 할 말이 좀 많다. 일단 채팅부터. 채팅에 긴 텍스트 쓰면 왜 짤리는가? 애초에 짤릴 거면 입력이 안 되게 하던가, 피드백에다 길면 여러 줄로 나눠서 표시(wordwrap) 좀 해 주세요라고 써 놓았는데 나중에 보니까 글자수로 짤라서 어쩔 때는 짤린 텍스트가 두 줄로 나오기도 하더라. 헉... 이지온 할 때 긴 텍스트 아예 입력 안 되는 걸 보고 입을 벌렸는데 이건 좀 더 심각한 문제다. 채팅 하면 또 생각나는 것이 텍스트 쓰고 엔터 누르면 채팅창에 포커스가 사라져서 다시 엔터를 쳐야 하는 것인데, 이것 또한 사람 은근히 귀찮게 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속도와 연관이 있는데, 엔터를 쳤는데 엔터가 인식이 안 되어서 그 다음 입력이 이를테면 친구 목록(f 키) 등으로 인식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아놔 친구 목록은 좀 보통 키 아닌 걸로 매핑을 해 두지... 펑션키 얼마나 좋은가. 게다가 게임 내에서는 f키 등에 대한 설명도 없는 것 같은데 이것도 개선해야 겠다. (게임 내에 은근히 내용이 적다는 것은 나중에도 다시 지적할 것이다.) 속도 하면 또 하나 말해야 할 것이 스크린이 멎은 상태(!)에서 한참동안 있다가 다른 씬으로 넘어 가는 문제가 있는데, 도대체 로딩 화면이 왜 있는 건가? -_-; 로딩 화면이 멎으면 어쩌잔 말인가? -_-;;;; 이 문제는 거의 모든 씬 전환에서 발견되어 이 사람들이 이건 그냥 생각을 안 했구만 하는 느낌을 받게 했다.

그런가하면 키보드 입력이 절실히 필요한데 키보드 입력이 안 되는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결과 화면에서는 OK를 두 번 눌러야 하는데 둘 다 엔터나 ESC로 스킵이 안 된다. 좀 더 심각한 문제를 말해 볼까? 두 OK 버튼의 위치는 서로 다르고, 두번째 OK 버튼은 모달 창(포커스를 뺏어가는 창)에 있어서 첫번째 OK 버튼이 멀쩡히 보이는데도 클릭할 수가 없다! 인터페이스를 잘 고려했다면 OK 버튼을 한 번만 누르게 했거나, ESC로 스킵할 수 있도록 했을 것이다.

게임 플레이

게임 플레이는 크게 싱글 모드와 멀티 모드로 나뉘는데 뭔지는 다 알리라 믿는다. 싱글 모드에는 크기 제한이 있는 스테이지, 시간 제한이 있는 스테이지, 특정한 물건에 대한 조건이 붙은 스테이지가 있는데 뭐 기본적인 괴혼의 스테이지 분류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런데 이거 말고 "스페셜"이 있는데, 여기에는 서울 스테이지와 도쿄 스테이지가 있다. 이 두 스테이지는 초대형, 그러니까 서울은 10cm에서 시작해서 100m가 목표고 도쿄는 20cm에서 시작해서 100m가 목표인 스테이지인데, 이거 생각보다 어렵다. 나는 서울과 도쿄 모두 4m를 못 넘겼다. -_-; 난이도 문제는 뒤에서 얘기하기로 하고, 멀티 모드는 팀전은 안 해 봤고 개인전만 해 봤는데 뭐 예상하는 대로...이니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게임 플레이는 게임 인터페이스와 연계되어 상당히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일단 사운드 문제부터. 같은 사운드가 겹치면 소리가 무진장 커진다. 내가 노트북에서 내장 스피커로 플레이했으니 망정이지 이어폰으로 했다간 큰일날 뻔 했다. 그리고 맵 확장될 때 배경음이 끊긴다. 새로 추가된 배경음악은 상상 외로 괜찮았는데 중간에 툭 하고 끊기니 갑자기 이거 프로그램 크래시난 거 아닌가 하고 괴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연계되는 인터페이스는 서로 연계된다는 느낌을 줘야 하는데, 그걸 주지 못 하면 완전히 다른 스테이지를 플레이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상당히 안 좋다.

로딩할 때 키 입력이 먹는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사실 로딩 타이밍도 좀 웃긴 것이 일단 크기에 도달하고 다른 맵으로 넘어가려는 순간에서야 로딩이 되는데, 이건 뭐 그렇다 쳐도 로딩이 된 후에 시점이 엽기적으로 변해 있는 걸 보면 아... 이거 뭔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아, 시점 얘기가 나왔으니 일부 맵에서 시작할 때 스케일이 잘못 조정되어서 아이템 하나 먹을 때마다 줌아웃되는 문제도 있는데 이것도 뭔가 아니다. -_-;

앞에서 속도 얘기를 좀 길게 했는데, 속도 문제가 얼마나 심하냐 하면 정해진 시간이 끝나고 결과 화면이 나올 때까지 5초가 걸린다. 최종 화면 직전에서 5초동안 그냥 뻗어 있다가 전환된다고 보면 된다. (앞에서 말한 키입력 문제와 결합하면, 아예 아바마마가 결과 발표하기 전에 멘트 하는 장면이 빠지기도 한다. 어익후...) 게다가 정해진 시간이 끝나기 0.5초 정도 전에 먹은 것들은 그냥 무시되는 것 같기도 하다. 6분간 1700만원 먹는 스테이지가 있었는데 분명 화면에 170x만원이라고 업데이트가 되었는데도 5초 후 화면이 갱신되자 169x만원으로 둔갑;해 있다. 저런 상황이면 그냥 170x만원이라고 표시를 안 해야 하지 않을까.

인터페이스 얘기를 빼고 순수 게임 플레이만 말하자면, 어렵다. 분명 쉽지 않다. (근데 최고 별점이 넷인 걸로 봐서는 여덟개짜리는 도대체 뭐가 나올지 상상도 안 된다.) 일단 도쿄맵은 절대 별점 두 개 주면 안 된다. 세 개는 줘야 한다. -_-;;; 그리고 예외 처리도 좀 빈약한데, 어쩌다가 덩어리가 폴리곤 사이에 빠져 버리는 문제도 있었다. (이 문제는 원작에도 있고, 정말 풀기 어려운 문제기는 하지만 원작에서는 덩어리가 아래로 빠져 버리면 인식해서 원래 위치로 돌려 놓는 기능이 있다.) 그리고 컨트롤도 참 애매한 것이 앞으로 죽 눌러서 덩어리를 위로 수직 상승;시키는 것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있긴 한데 그 정도가 너무 적다.) 어떤 맵에서는 특정 공간만 가면 덩어리가 갇혀서 움직일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이 역시 원작에도 있는 문제지만, 원작의 컨트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빠져 나올 수 있을 정도였다.)

캐릭터와 연출?

이제 게임 플레이는 그렇다 치고 게임 내에 존재하는 연출을 살펴 보자. 이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 감탄을 하고 있는데, 게임에 나오는 웬만한 물건들의 텍스쳐, 그리고 물건 붙일 때 나오는 사운드-_-;;;;;;;;;;;까지 지역화를 했다. 윈디소프트 설마 이거때문에 2년 걸린 건가? 양을 봤을 때 이건 좀 아니겠지.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그, 러, 나.

아바마마의 대사는 애매하다. 스크립트 라이터가 여러 명 있는 것 같은데 어디서는 대사에 띄어쓰기가 제각각이고, 말투도 좀 제각각인데다가 아바마마가 방정맞다라는 느낌이 드는 대사(태풍의 눈 스테이지)도 있다. 아바마마가 좀 별나긴 했어도 방정맞은 캐릭터는 절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대사가 읽기 힘든 경우도 있는데 엔터를 이상한 데 넣어서 문장의 흐름이 전혀 안 맞는 경우가 되겠다. (이건 직접 해 보면 알 수 있는데... 예시를 들려니 당장 생각이 안 난다.) 

카메라 워크도 정말 뭐시기한 것이, 내 기억으로 두 스테이지, 그러니까 캠프랑 태풍의 눈 카메라 워크는 제발 뺐으면 좋겠다. 얘네들은 카메라 워크에만 10초 가까이 끈다. 그리고 캠핑에서는 캠프파이어로 카메라가 간 직후 갑자기 덩어리로 포커스가 바뀐다! 어쩌라고!!! 스크립트와 카메라 워크가 안 맞으면 도대체 어쩌자는 얘기냐... orz

총평

더 지적하고 싶은 건 많지만 기억이 안 나서(아윽...) 생략하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지적하자면 게임 내에 바로 피드백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내가 지금 수십개의 피드백 거리를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못 쓰고 있는 것은 기억의 한계 때문이다. 사용자가 기억할 수 있는 그 시간에 바로 피드백을 하도록 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피드백을 받는 지름길이다.

이런 저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괴혼온라인은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리면서 나쁘지 않게 구현을 한 것 같다. 물론 이게 상업적으로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 이건 게임 자체의 재미가 아닌 총체적인 문제니까. 그래도 만약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게 좀 성공해서 남들한테 괴혼 좀 하시죠 헤헤 하고 떠들어 댈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싶다. 윈디소프트 개발팀 오늘 밤 샐 것 같은데 잘 마무리하고 내일은 좀 더 나아진 모습으로 사용자를 찾아 왔으면 좋겠다. 어흫허헣.

아, 근데 나 대학원 공부해야 하는데... 뭐 하고 있었지...


사족: 괴혼온라인 주소에 붙어 있는 "rp"가 뭔가 생각을 해 봤는데, "굴려라 왕자님"(Roll! Prince)의 이니셜인 게 거의 확실해 보인다. 왜 katamari가 아닌가 생각해 봤는데 참 이건 일본어 발음이지...

이 글은 본래 http://arachneng.egloos.com/1511001에 썼던 것을 옮겨 온 것입니다.


(rev 71b35f804c1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