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널

괴혼온라인 FGT 3일차 후기, 1부

첫째 날둘째 날에서 이어진다. 참고로 오늘은 마지막 날~

비록 게임 테스팅은 "테스팅"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열심히 사람들 놀게 하는 게, 그리고 그렇게 해서 관심을 높이고 치명적인 버그를 잡는 게 목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테스팅이니만큼 좀 자세하게 글을 써서 전달해야 겠다는 생각을 FGT 시작되기 전부터 하고 있었다. (글도 잘 못 쓰면서...) 그래서 처음 게임을 시작했을 때 어떻게 테스팅을 할 지 대략적으로 감을 잡고 시작했는데, 첫째 날에는 앞으로 사흘동안 지겹게 볼 게임 인터페이스, 둘째 날에는 싱글 플레이, 셋째 날에는 멀티 플레이를 중점적으로 들여다 보겠다고 마음을 잡았었다.

뭐 이미 두 편의 글에서 언급했듯 실제 일정은 좀 차이가 있었다. 스페셜 맵이 있다는 걸 깨달은 뒤 나는 첫째 날에 스페셜 맵을 뺀 싱글 플레이를 밀어 넣고, 둘째 날에는 스페셜 맵을 테스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한 직접 테스트를 하다 보니까 셋째 날에는 밤샘 때문에 네 시간씩이나 쳐 자고도 시간이 한참 남길래, 하는 김에 필요한 스크린샷도 다 찍자... 하고 보니까 찍은 게 300장이 넘는다. 헉; (비교: 두번째 글에서 사용했던 원본 이미지 수는 50장)

그래서 이 글은 좀 많이 길 예정이다. (글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현재 예상치는... 두번째 글의 두 배 정도?) 머리 아픈 글 읽어 주실 여러분께 미리 양해를 부탁한다. 게다가 이번에는 내 의견도 왕창 들어갈 것 같으니 적절히 소금을 쳐 가며 들으시라. 으윽.

시작하기에 앞서 몇 가지 얘기를 하자면, 저는 (당연하지만) 윈디소프트 직원도 아니고 관련된 사람도 아니며 심지어 게임 개발로 먹고 사는 사람도 아닙니다. 1일차와 2일차, 그리고 3일차에 거의 풀타임으로 참가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저는 그냥 백수입니다. 아,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백수 벗어나려고 대학원 공부하는 학생이죠. 하여튼.

사실 제가 쓰는 글이 어려운 건 당연한데요, 일단 이 블로그 자체가 그닥 남을 신경쓰지 않고 제 생각을 아무렇게나 쓰는 장소인지라 대상을 좀 한정짓고 쓰는 편입니다. (그래서 글이 존댓말이 아니죠. 그럼 자유게시판에 왜 올렸는가? 개발팀은 대강 알아 들을테니 도움이 되겠지 싶어서요.) 그리고 제가 그렇게 글을 잘 쓰지 못 하기 때문에 어려운 말을 쉽게 풀어 쓰지 못 하는 것도 한 이유겠고요. 혹시 너무 어렵다 싶은 내용이 있으시면 댓글을 써 주시면 답변을 하거나 수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도대체 무슨 컴퓨터를 쓰길래 프린트스크린이 없느냐... 는 얘기도 들었던 것 같은데요, 2.6kg짜리 노트북을 빙자한 쇳덩이입니다. 원래는 윈도 자체를 쓰지 않지만 괴혼온라인 때문에 사흘동안 윈도로 부팅해서 쓰고 있습니다. (넘락은 있는데 몇 가지 이유로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셋째 날에는 묵혀 두던 펜타그래프 USB 키보드를 연결해서 플레이했기에 스크린샷을 잘 찍을 수 있었고요.

마지막으로 저와 비교될까봐 글을 못 쓰시겠다는 분도 계셨는데, 그런 걱정일랑 붙들어 매시고 마음~껏 써 주세요! 저의 생각과 여러분의 생각은 당연히 다를 수 있고, 개발팀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들"의 생각이지 "저 혼자"의 생각이 아니니까요. 저 자신도 글을 쓰면서 도움이 될까 싶어서 다른 글들을 찾아 봤는데 많이 못 찾아서 좀 아쉬웠는데, 많이 좀 써 주시면 저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오늘은 스크린샷 만땅.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서 안 하고 있었지만 여기 쓰인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남코 반다이 게임즈와 윈디소프트에게 있음.

오늘의 게임 플레이 시간은... 9시부터 10시 반까지, 오후 두시 반부터 일곱시 반까지, 그리고 여덟시부터 열시까지였다. 둘째 날에 테스트 끝나고 글 쓰고 공부-_-한 뒤 모의 시험까지 치며 밤을 샜기 때문에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중간에 네 시간 잔 게 하나고, 저녁 먹으러 나갔다 온 게 나머지 30분이다.

자는 도중에 (대략 2시 경으로 추정) 컴퓨터가 과열된 모양인지 재부팅이 되어 있었고, 그 뒤에도 두어 번 정도 유사한 현상 -- 갑자기 화면이 멈추고 마지막 0.5초 정도의 사운드가 반복되다가 이내 재부팅 -- 이 발생했기에 선풍기를 가져다가 컴퓨터에 직접 쐬었더니 그 뒤로는 괜찮아졌다. 그 밖에 클라이언트 크래시가 네 번 발생했고, 서버 다운이 한 번 있었다고 하던데 그 땐 자고 있어서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난 크래시는 테스트 시간이 종료한 직후에 일어났기 때문에 게임에 잠시나마 재접속할 수 없었는데, 이 자리를 빌어서 기다리셨을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게임 인터페이스

인터페이스에서 또 지적할 게 있느냐면... 네 그렇습니다 있습니다. 아마 내 눈에는 뭘 갖다 줘도 성이 차지 않을 것 같다. 덤으로 예전에 언급했던 문제들에 대한 스크린샷도 좀 있다.이건 뒷글에...

앞에서 말했듯이 자는 동안 컴퓨터는 켜 두고 사운드를 꺼 두었는데, 컴퓨터가 열 받은 모양인지 (클라이언트 문제라고 보긴 힘들다) 재부팅되어서 일어나자 마자 다시 클라이언트를 실행했다. 근데 다시 실행하고 나니까 로비로 들어 오기 직전까지는 사운드가 나온다.;; 아무래도 이런 설정은 컴퓨터 별로도 저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소한 로비에 들어 오기 전까지는.

개인적으로는 게임 위에서 돌아가는 GUI는 일반적인 GUI(윈도 프로그램 따위)와 다르게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면에서 몇 가지 고쳐야 할 것들이 있다. 물론 개발팀은 이미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은 한다만; 예를 들어 전체 화면 설정을 껐을 때 옵션 창을 다시 열면 그 옵션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거나(해상도 등도 마찬가지), 슬라이더로 스크롤 만들어 놓은 게 아이디어는 좋은데 정확히 색깔이 바뀌는 그 위치에서 내용물이 바뀌는 게 아니라서 헷갈린다거나. 이런 건 아무래도 다음 테스트 때나 좀 더 깊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해상도를 딱 한 단계 올리려면 스크롤바 맨 아래로 내린 뒤 살짝 위로 올리는 은근한 조작이 요구된다. (1024x768이 하필 아래에서 다섯번째인가 여섯번째인가...)

또 하나, 듀얼 모니터도 지원하는 게 어떨까? 테스트를 하려니 좀 더 넓은 화면에서 해 보고 싶었는데 (내 노트북 LCD는 15인치지만 오른쪽의 모니터는 22인치이다) 전체 화면 모드에서는 무조건 작업 표시줄이 있는 모니터, 그러니까 노트북 LCD만 선택된다. 혹시나 하고 창 모드에서 오른쪽 모니터로 창을 옮긴 뒤 전체 화면으로 바꿨지만 뭐 소용은 없었다; 뭐 정 안 되면 모니터 순서를 바꾸면 되는 일이긴 하니까 꼭 있을 필요는 없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게임 인터페이스: 로비 스페셜

내 최신 게임에 대한 지식이 충분한 건 아니지만, 요즘 게임들은 로비, 즉 게임을 시작하기 이전 대기 씬에서의 사회적 활동을 상당히 중시하는 트렌드가 좀 있는 것 같다. (최소한 내가 본 비 FPS 게임 중에서는) 뭐 웹에서는 블로그를 넘어서 미투데이니 플레이톡이니 하는 것들이 유행하고 있으니 오히려 늦은 게 아닌가 싶긴 하지만; 하여튼 괴혼온라인도 이 추세(?)에 발맞추어 로비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로비는 대략 여섯 개 정도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갯수는 맞는지 모르겠다)

기억하시는 분이 있겠지만, 예전에 나는 현재 로비에서 뭔가 할 게 없다고 말한 바가 있다. 물론 지금이야 테스팅 기간이니까 구현이 안 된 기능이 엄청나게 많은 건 (최소한 네 다섯 개 정도의 요소에 뭔가를 붙일 예정인 것 같다 -- 예를 들자면 수영장[위에서 셋째 그림]의 IN/OUT) 당연한데, 다른 얘기를 해 보자. 혹시 사흘 내내 FGT에 참여했던 사람이라면 느꼈을지도 모르겠는데, 첫째 날에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이 돌아 다녔지만 셋째 날에는 움직이거나 말을 하는 사람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런 사람들은 싱글이든 멀티든 게임을 하고 있다는 얘긴데 다른 말로 하면 "사용자들이 로비에 있을 이유"가 많이 줄어든 게 아닌가?

현재 로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여기 저기 돌아 다닌다거나, 커피탕(위에서 첫째 그림 윗쪽에 보이는 컵)을 휘젓고 다닌다거나, 전망대라고 말해야 하나... 뭐 그런 곳에 올라 가서 경치를 감상한다거나 뭐 그 정도인데 그거 빼고 남는 건 채팅밖에 없다. 로비 채팅은 현재 너무 불편하다 -- 엔터를 눌러도 반응을 하지 않을 때도 있고, 계속 말을 하려면 엔터를 두 번씩이나 눌러야 하고. 뭐 지나가는 얘기로 했던 것들이 다 이것들이다.

물론 언젠가는 로비 내의 건물이나 물건들에 이벤트를 붙여서 사용자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로비 컨텐츠의 추가에는 분명 한계가 있고, 어차피 사용자들이 로비 컨텐츠에 질리는 속도는 로비 컨텐츠를 추가하는 속도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로비 컨텐츠와는 별개로 채팅과 같이 "자기가 알아서 가치를 만드는 컨텐츠"도 많이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 그런 컨텐츠가 꼭 채팅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만, 채팅 말고 딱히 더 넣을 게 있는진 확신이 들지 않는다.

진지한(?) 얘기는 접어 두고 이제 로비 인터페이스에 대한 얘기를 하겠다. 다른 건 다 접어 두고 (= 이미 다 까먹었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세 개만 요약하자면... 일단 아무래도 나같이 싱글을 먼저 하고 멀티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지 오늘은 왠지 모두들 멀티만 하는 것 같았는데(...) 초대 거부가 안 되는 건 좀 크리티컬하다. 로비에서 다른 사람에게 글을 쓰고 있는데 갑자기 슥 하고 거부 창이 뜨면 뭘 눌러야 하겠는가? (엔터 치는 것도 그 창으로 가기 때문에 그대로는 채팅을 계속 할 수가 없다.) 귓속말도 아직 안 되는데 거부 눌러 버리면 사람들이 오해하기 십상이다. 한 사람은 "아라크넹님이 곧 들어가겠다고 하고 거부하시길래 깜짝 놀랐다"라고 했는데... 바로 정확히 이런 상황이었다.

그리고 아까 전에 "셋째 날에는 움직이거나 말을 하는 사람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라는 말을 다시 새겨 보자. 생각해 보라. 로비에 사람들은 잔뜩 있는데 말도 안 하고 움직이지도 않는 상황을! (이거 실사였으면 호러 영화 만들어도 된다.) 이건 테스트 끝날 때마다 까먹어서 미처 못 적었는데, 현재 싱글 모드 또는 멀티 모드를 플레이하는 캐릭터는 특수하게 표시를 한다거나 할 필요가 있다. 아예 멀티를 하려면 모여 있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규칙을 만들 수도 있지만 현재와 같이 로비와 그 이후 인터페이스가 완전히 분리되는 상황에서는 혼란만 가중시킬테니 표시만 해 두는 게 낫겠다. 말풍선을 응용해서 게임 중이라는 표시를 해 두면 어떨까?

마지막으로 말풍선과 ("카드교환소" 등의) 표지풍선, 그리고 사용자 아이디는 멀리 있으면 투명 처리해서 보여 주는 게 더 낫겠다. 사용자가 많으니까 엄청나게 헷갈리기도 하고 미관상으로도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개발자의 시점에서 보면, 이렇게 하면 사용자 이름을 클릭하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와 같은 쓸데 없는 문제가 덧붙기 때문에 이게 완전한 해법은 안 된다. 아무쪼록 잘 해결되길;)

멋지구리한 전망대에 저런 거 덕지덕지 보이면 미관상으로 참 뭐시기하다.
아, 생각해 보니 이 전망대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을 사흘째 기차놀이 할 때야 알아 챘다;

꽝, 다음 기회에...

원래대로라면 이 위치에 게임 플레이가 왔어야 했지만, 쓰다 보니까 글의 양이 원래의 예상치(이틀째 글의 두 배)을 훌쩍 넘길 것 같은 불길한 예감과 함께 이글루스 편집기의 뭣같음이 엄습하여(........) 일단은 다음 글로 넘기겠다.

[6월 7일 오전 1시 20분 수정: 구글 크롬에서 위지윅 에디터 복사 붙여넣기 하니까 왕창 맛이 가서 다시 포매팅...]

이 글은 본래 http://arachneng.egloos.com/1513432에 썼던 것을 옮겨 온 것입니다.


(rev 71b35f804c1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