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널

주한 미군에 대한 내 생각

심심할 때마다 미군과 관련된 뉴스가 하나 둘씩 수면 위로 떠 올랐다가 다시 잠수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요즘은 맥아더 동상 철거 때문에 논란이 일어 나고 있는 모양인데... 사건에 대해서 자세히 보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생각은 접어 두기로 하고, 좀 더 일반적인 얘기를 하려고 한다.

주한 미군과 관련해서 뭔가 일이 터질 때마다 항상 나오는 말이 "미군은 한국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멋 모르는 사람들은 종종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이렇게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개인적으로는 미군이 아직 철수해서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북한이라는 체제의 특수성 때문인데, 북한은 굳이 깡패 국가라는 험악한 명칭을 붙이지 않더라도 그냥 놔뒀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시장 경제를 받아 들이는 모습이 조금씩 엿보이고는 있지만 김일성-김정일의 독재 체제가 지속되는 한 북한은 여전히 경계해야 할 대상일 수 밖에 없다. (만약 북한이 독재 체제를 스스로 청산하고 새로운 체제를 받아 들인다면 이런 소리를 할 필요가 없겠지만, 북한의 상위층들이 "스스로" 독재 체제를 무너뜨리려 할 것 같진 않다.) 이런 이유로 북한에 대한 견제는 앞으로도 얼마동안 계속되어야 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미군 역시 한동안 계속 한국에 주둔해 있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미군을 무조건 옹호하려는 건 아니다. 주한 미군은 절대로 "우리가 한국을 공산주의로부터 구원해 줬는데"라는 생각으로 한국 주둔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몇몇 미국인들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카트리나 때 한국이 지원금을 많이 낸 걸 가지고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 한국의 입장에서 주한 미군이 실제적으로 한국에 주둔해 있을 이유는 북한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의 동맹국으로 자처하면서 주한 미군을 유지하려면 주한 미군이 먼저 솔선수범을 하여서 -- 예를 들어서 한국 사람들을 그냥 물로-_- 보는 태도라던지 -- 아예 철수 논쟁이 벌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툭하면 벌어지는 사고에, 미군들의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면서 불안에 떨어 하는 사람들이 미군을 좋게 볼 이유가 있을 턱이 없잖는가. 우리나라 정부도 주한 미군 관련해서 불합리한 점들을 개선하고 좀 더 자주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덤: 서울 올라 왔습니다. 차가 많이 밀려서 고속 버스로 두 시간 걸리는 게 세 시간 반이 걸리더군요. 아무튼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길... :)

이 글은 본래 http://tokigun.net/blog/entry.php?blogid=4에 썼던 것을 옮겨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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