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23일 오늘의 위키백과 뻘짓 - 어군 vs. 어족 vs. 어파
나는 사실 프로그래밍 언어-_-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서 자연어나 인공어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지냈다. 덕분에 언어학에 대한 지식도 개뿔 없으면서 언어학개론 과목을 듣는다고 애쓰는데, 오늘의 뻘짓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수업도 없어서 심심하던 차에 짧은 문서 목록을 보면서 뭘 편집할까 골라 보다가 아마다와우방기어라는 생전 들어본 적 없는 괴상한 언어에 대한 문서가 있어서 들어가 봤다. 짧은 문서 아니랄까봐 어떤 종류의 문장도 없고 단지 분류 하나랑 어떤 언어가 속하는지 적어 놓은 게 전부-_-였다. 영문판 문서를 조금 보면서 뭔가 감을 잡던 차에 의문이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 이거 두 언어가 속하는 언어군 같은데, '아마다/와/우방기/어'라는 의미 아닐까?
- 언어군에 대한 문서 제목이 왜 -어로 끝나지?
그러나 언어학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언어학에 조예가 깊은 분을 찾아서 정확한 답변을 받기로 마음먹고 위키백과 유저박스 대마왕 Airridi 님께 질문을 남겼다. 그러고 나서 다른 일을 하면서 간간이 위키백과 편집도 하고 하던 차에 날아온 답변.
"아마다와우방기어는 아마다와어와 우방기어가 속하는 언어군인데요."
한국어판에도 세부 분류가 쓰여 있는데 그걸 뭐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가서 '와'가 토씨인 줄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첫번째 질문에 대한 의문은 풀렸고, 두번째 질문은 IRC에서 잡담을 하면서 얘기가 끝났다. 뭔 얘기인고 하면...
원래 한국어에서는 언어 분류를 어족, 어파, 어군이라는 세 가지 종류의 분류로 나누고 있다. 그런데 이 분류라는 것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생물 분류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학자들마다 견해가 다르며, 실제로 큰 의미를 가지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즉 어떤 상황에서 어족, 어파, 어군이라고 하는지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최초에 언어 분류가 시작되면서 아무 생각 없이-_- 만든 분류가 나중에는 어족들을 감싸는 더 큰 어족도 나오고 해서 전혀 도움이 안 되길래 서양에서는 이미 이런 분류 체계를 때려 치고 언어군 아니면 언어 식으로 나누고만 있지만, 일본의 영향으로 한국과 중국에서는 예전의 분류 체계를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나. orz (어족 - 어군 - 어족 형태의 분류도 나오기도 한다고...) 이런 사정 때문에 위키백과에서는 현재 어군보다 작은 언어군은 그냥 -어라는 (좀 난감한) 접미사를 붙이고 있는 것이다. 귀찮은데 그냥 -어군으로 통일해 버리자는 얘기도 나왔으나 배 고프다는 사람들의 절규에 따라 생략되었다;;;
나중에 뒤져 보니 아마다와우방기어에 속하는 아마다와어도 단일 언어가 아니라 그 안에 적어도 10여개의 언어군이 존재하는 꽤 큰 언어군이었다. -_- 이 쯤 되면 그냥 어군으로 격상시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참 난감한 문제로다.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