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널

창조론 대 진화론

기독교에서 언급하는 창조론(다른 종교도 비슷하겠지만 아마)은 신이라는 꽤 거대한 존재를 가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이론을 펼쳐 나간다. 진화론은 진화가 다양성을 만드는 기본 메커니즘이라는 가정을 깔고 발견적인 증거를 해석한다.

창조론은 애초에 과학적이지 않은 가정을 깔고 과학적인 방법론도 별로 안 쓰기 때문에 진실성을 떠나서 과학이라고 할 수 없다. 창조론자들이 자주 가지고 오는 지적 설계론 또한 실험적인 증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 이건 당시로서는 검증이 불가능했지만 후에 가능해진 원자론 같은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 과학이라 보기 힘들다. 반대로 진화론이 과학이 아니라는 주장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 주장은 과학이라 인정받는 다른 이론과 비교했을 때 틀렸다고 봐야 한다. 과학적인 방법론을 쓰면서도 그 근거가 100% 완전해야만 과학이라고 한다면, 원자론과 양자역학 또한 실제 구조는 다른데 현상만 그렇게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으니 과학이 될 수 없다. 이들이 과학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이성적으로 그 현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기 때문이지 그 아래에 깔고 있는 가정이 완벽해서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은 완벽한 게 아니다. 완벽해지려고 시도는 하겠지만.)

물론 과학적이냐와 진실성은 따로 생각해야 한다. (진실의 정의가 뭐냐를 떠나서) 리처드 도킨스 같은 사람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할 지도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오캄의 면도칼은 "복잡한 이론이 진실이 아니거나 적어도후에 깨질 확률이 높다"는 걸 말하는 거지 항상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어느 게 진실인지는 과학으로 밝힐 수 있는 영역이 아니고, 그걸 믿고 말고는 개인의 자유이다. 하지만 적어도 과학적이지 않은 걸 과학이랍시고 덮어서 주장하진 말았으면 한다. 나는 (짜가-_-) 기독교인이긴 하지만 애초에 창조과학회를 좋아하지 않으며, 그들이 진정 하나님을 믿는다면 과학의 이름으로 복음을 전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보다 그 과정에서 과학이 필요하기나 한가? :p

교내 비비에 올라온 글을 보고 그냥 적어 봤다.

비슷한 취지의 다른 글을 최근에도 쓴 적이 있다. 이런. (2010-05-06)

이 글은 본래 http://lifthrasiir.tistory.com/34에 썼던 것을 옮겨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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