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널

내 생애 최악의 날

내 생애 최악의 날이었다.

무려 열흘동안 이어진 인터넷 없는 유배(?) 생활을 벗어 나서 다시 기숙사로 돌아 갈 수 있다는 희망에 들뜬 나머지 운수가 개판이라는 걸 망각하고 있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1시 40분 무궁화호 열차를 예약하고 그 시간에 맞춰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지.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게 된다. 분명 가방을 다 싸 놓고 12시 50분에 한 번 나갔는데, 나가다가 생각해 보니까 글쎄 현관에 놓여 있던 슬리퍼를 까먹고 안 가져 온 것이 아닌가. 슬리퍼 때문에 택배 부치고 하는 것보다는 당장 빨리 가져 오는 게 낫겠다 싶어서 재빨리 들고 현관문을 다시 나선 게 12시 57분. 집에서 역까지 대략 10분, 역곡역에서 영등포역까지 대략 15분 잡으면 어떻게든 시간이 되겠다 싶어서 뛰어 댕겼는데...

그 흔하디 흔한 55-1번 마을 버스가 12시 7분에 왔다. 이 차의 배차 간격이 5~6분 정도라는 걸 생각하면 그나마 용납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 차가 시간표를 맞춘답시고 종점(즉 집 앞)에서 5분동안 서 있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용산행 급행 열차는 물 건너 가고 22분에 일반 열차를 타서 42분에 영등포역에 도착하니 이미 기차는 떠나고 없고, 결국 2시 8분 새마을호를 피눈물을 흘리면서 탈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

내 살다 살다 이렇게 어처구니 없게 재수가 없는 건 전무후무했다. 어제 택시 싸게 타고 왔다고 좋아 했더니 이렇게 돈이 깨지는구나. 내 돈... orz

이 글은 본래 http://mearie.org/journal/2007/08/my-worst-day-ever에 썼던 것을 옮겨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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