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저널

소중한 순간들

저널에 다소 소홀했었다. 그만큼 내가 여러 가지 일에 정신이 없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여러 가지 일이 무엇인지 쓰자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 보름동안 theseit 개발에 빠져 지냈고, 기대하며 수강했던 모 과목에 급실망을 하고 취소했다거나, 노트북에 사이다를 쏟고, 파픈뮤직 레벨 39레벨 38에 안착했으며, 자전거 타고 대전 시내를 둘러 보다가 몸살이 났으며, 포항에 당일 치기로 다녀 오고, ACM ICPC 예선에서 강력한 뽀록(?)을 바탕으로 통과했다거나 하는 얘기는 IRC에서 시도 때도 없이 들은 사람이 많을 테니 이 쯤에서 접어 두기로 하자. 하지만 이 글은 이 얘기를 하려고 쓴 게 아니다.

시간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간다. 뭐 그건 씁 어쩔 수 없지만, 그 지나가는 순간 순간을 기록할 수 없다는 게 계속 후회된다. 정신을 차려 보면 새벽이고, 내일을 기약하며 잠자리에 들고 몇 시간 뒤 눈을 뜨면 다시 정신 없는 일상에 휩쓸려 지나가는 것 같다. 이럴 때면 디지털 카메라라도 살까 생각을 하곤 하지만 또 다시 잊어 버리곤 한다.

원래 그다지 규칙적인 생활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일상을 벗어 나려고 몇 가지 시도를 해 보고 있다. 동아리방에 자주 간다거나, 자전거를 타고 더 멀리 나가 본다거나 (물론 이러다가 몸살이 났지만) 하곤 했다. 아는 형이 졸업하면 이럴 만한 시간이 없다고 계속 강조하곤 하는데, 실감은 아직 안 나지만 점점 "그 때"가 다가온다는 게 부담스럽기에 더욱 더 그러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처럼 실없는 이야기를 풀어 놓을 수 있다는 것도, 그 자체로 소중한 게 아닐까.

이 글은 본래 http://mearie.org/journal/2007/09/precious-moments에 썼던 것을 옮겨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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